조선 시대 정조 임금 앞에서 큰절을 올렸던 평민 여인이 있었습니다. 지방의 평범한 여인이 임금님을 만났다는 기록은 조선 역사를 통틀어 봐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 특별한 일의 주인공은 바로 김만덕입니다. 무슨 일을 하였기에 김만덕은 임금님을 만날 수 있었을까요?
‘새겨읽기 인물 김만덕’은 김만덕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성품은 어떠했는지, 어떤 활동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 되었는지를 여러 에피소드로 담았습니다.
김만덕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인물의 마음을 헤아려 보고, 인물의 생각과 행동?업적과 영향을 다양한 관점에서 새겨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처럼 나도 상인이 되고 싶다.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구해 주는 멋진 상인 말이야.’
나는 아버지가 사 온 옷감으로 내 치마와 저고리를 만들고 있는 어머니한테 말했어.
“어머니, 난 나중에 아버지처럼 상인이 되고 싶어요.”
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바늘에 실을 꿰다 말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어.
“만덕아, 예로부터 우리 제주도 사람들을 육지에 나가지 못하도록 한 법이 있어. 그 법을 ‘출륙 금지령’이라고 한단다. 배를 타고 육지에 나가거나 장사를 하는 일은 몇몇 허락을 받은 남자들만 할 수 있는 일이지. 여자는 육지로 갈 수가 없어.”
“남자들만 할 수 있다고요? 그래도 난 꼭 상인이 되고 싶은걸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른 집 부모님과 달랐어. 내가 딸이라고 해서 오빠, 남동생과 차별한 적이 없었지. 그래서 난 여자라고 못하는 불가능한 일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어머니, 상인이 되고 싶은 게 나쁜 생각은 아니잖아요.”
어머니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어.
“글쎄다. 세상이 바뀌면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만…….”
- 본문 22~23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