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 별로겠다."
사람들을 만날 때 목소리가 주는 느낌으로 판단한 적이 있다.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 안좋은데도 너~무 멋진 교수님을 만나고 나의 편견이 깨졌다. 아니, 목소리가 나의 편견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늘 편견에 관한 예쁘고 따뜻한 동화 한 편을 만났다.
"내가 예쁘게 생겼대요. 그래서 착할 것 같대요. 또 공부를 잘하니까 다른 것도 다 잘 할 거라고 생각해요"(12쪽)
공부도 잘하고 예쁘기까지. 예쁜 것이 착한 것이고 공부를 잘하는 것이 모든 상황에 통하는 마스터키 같은 시대에 선우의 고민은 배부른 소리 같다. "나도 공부는 아주 잘해요. 하지만 난 공부만 잘해요."(9쪽) 이보다 좋을 순 없겠지만 공부 잘하는 주인공 선우는 노래를 잘하는 엄마와 언니 때문에(?) 노래를 잘 부를 것이라는 사람들의 편견이 부담스럽기만 하다(사실 선우는 음치다).
그런데 큰 키에 쫙 찢어진 눈 때문에 좀 못돼 보이는 호동이의 사정은 오히려 정반대다. 전학 와서 선우의 짝이 된 호동이는 외모와는 달리 그림도 잘 그리고 노래도 잘 부르고 아기자기 캐릭터 학용품을 좋아하는 귀여운 친구다. 게다가 선우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주고 이해할 줄 아는 따뜻한 아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호동이의 외모를 보고 무섭고 못됐을 거라고 오해하고 편견을 갖는다.
호동이는 그렇다 하더라도 선우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공부도 잘하고 예쁘고.. 그래서 사람들의 칭찬과 기대에 인기도 좋은 선우.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니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주고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화된 자신의 모습을 좋아해주고 기대감을 갖는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꾸며진 나로 행동해야 하니까. 나의 모습이 어떠하든 내 모습 그대로 이해받고 사랑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행복한 일인가.
"많은 사람들이 겉모습만 보고 자기 마음대로 생각해요...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무지개 안경으로 빛을 보면 맨눈으로 볼 때는 보이지 않던 아름다운 무지개가 보이는 것처럼요."(59쪽)
편견을 갖기 얼마나 쉬운 시대인가. 가진 것이 얼마나 있는가가 그 사람의 마음과 생각이 어떠한가보다 더 좋게 평가받는 시대다. 그러나
빨간색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면 빨갛게, 무지개 안경으로 보면 무지개빛으로 보이듯이 우리 아이들이 긍정의 눈으로, 따뜻한 눈으로, 밝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으로만 판단하는 것을 멈추고 편견없이 마음의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나와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따뜻한 동화다. 읽는 내내 귀여운 녀석들을 보며 웃음이 났다. 아이에게도 읽어보라 권하니 재미있단다. 친구가 공부를 못하니까, 좀 못생겼으니까, 옷차림이 별로니까로 판단하지 않고, 얼마나 친절한가, 얼마나 따뜻한가, 얼마나 노력하는가..를 보는 그런 눈이 생기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