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학교에서 주호가 가족과 함께 바닷가에서 캠핑을 했다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기쁨이는 그런 주호가 너무 부럽다. 기쁨이는 종합 병원 간호사인 엄마와 119 구조대원인 아빠가 바빠서 가족 여행을 가 본 적이 없다. 하굣길에 기쁨이와 주호는 119 구급차를 보게 된다. 기쁨이가 119 구조대원인 아빠의 이야기를 하자, 주호는 슈퍼 영웅 같다며 오늘부로 119 구조대원이 꿈이라고 말한다. 기쁨이는 119 구조대원이 되면 가족 여행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다는 말을 하려다가 삼킨다. 그날 저녁 기쁨이 아빠가 기쁨이에게 다음 주말에 글램핑장에 가자고 한다. 글램핑장에 가는 날, 기쁨이와 기쁨이 아빠가 글램핑장으로 가던 중 강릉에 사는 할머니가 넘어져서 허리를 다쳤다는 연락이 온다. 아빠는 글램핑장에는 다음에 가자고 하면서 기쁨이를 데리고 강릉으로 향한다. 기쁨이는 글램핑장을 못 가게 되어 속이 상한다. 기쁨이와 아빠는 병원에 입원한 할머니를 뵙고, 다음 날 오후 다시 집으로 향한다. 자동차가 고속 도로에 들어서자, 갑자기 때 아닌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는데…….

“우리 아빠도 119 구조대원이야.”
나는 생각지도 않게 불쑥 아빠 이야기를 하고 말았어요.
“정말?”
주호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어요. 나는 문득 주호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고 싶어졌어요.
“우리 아빠 말이야. 한강에 빠진 아줌마도 구했어. 우리 아빠 수영 무지 잘하거든. 그뿐인 줄 알아? 저기 보이는 저 빌딩 있지?”
나는 사거리에 있는 높은 빌딩을 가리켰어요.
“저 꼭대기에서 어떤 사람이 뛰어내리려고 해서 우리 아빠가 줄을 타고 올라가서 구했어.”
커다란 주호의 눈이 더욱 휘둥그레졌어요. 입은 반쯤 벌어졌고요.
“와아, 슈퍼 영웅 같아.”
“흐음. 뭐 그렇다고.”
슈퍼 영웅이라는 말에 가슴이 뜨끔했어요. 사실 주호에게 한 말은 모두 텔레비전에서 본 거였어요. 아빠가 119 구조대원이긴 하지만, 그렇게 멋진 일을 했다는 소리는 아직 들어 보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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