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구가 자신이 그린 바닷속 풍경을 들여다보며 웃는다. 그때 호성이가 진구의 그림 속 대왕오징어를 보고 오징어 다리가 왜 여덟 개냐고 묻는다. 둘은 오징어 다리의 개수를 두고 진 사람이 집까지 가방을 들어 주기로 하고 내기를 한다. 종례 후 도서관에서 오징어 다리가 열 개인 것을 확인한 호성이는 진구에게 가방을 내민다. 진구는 내기에서 져서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호성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앞까지 가방을 들어 준다. 진구가 집에 들어서자 동생 진아가 달려와 놀이를 하자고 조른다. 진구와 진아는 책을 펴서 사람 수가 많은 쪽이 이기는 게임을 하고 이긴 사람이 젤리를 하나씩 먹는다. 놀이가 한참 계속되고 젤리 봉지가 텅 비자, 진아는 젤리를 두 개밖에 못 먹었다며 울상이 된다. 학교에서 진구는 다섯 번 책을 펼쳐서 나오는 사람 수를 더해 많은 쪽이 이기는 게임과 줄넘기 대결을 해서 호성이를 이긴다. 하교 시간, 진구와 호성이는 함께 집으로 가다가 떡볶이집 앞에서 슬러시를 두고 신발 멀리 차기 대결을 한다. 이 대결에서는 호성이가 이긴다. 골목을 돌아서는데 호성이가 느닷없이 소미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진구는 고개를 갸웃하며 소미가 자신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둘은 소미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블루몬 카드를 걸고 내기를 하기로 하는데……ㆍ

“오징어가 오징어를 그렸네! ”
진구의 스케치북을 본 호성이가 킥킥댔어요.
“그냥 오징어 아니고 대왕오징어야.”
진구가 힘주어 말했어요. 호성이는 걸핏하면 진구를 오징어라고 불러요. 오진구라는 이름이 오징어랑 비슷하다나요. 그러면 진구는 한술 더 떠서 “나는 그냥 오징어 아니고 대왕오징어다.”라고 으스대곤 했어요.
“어? 근데 왜 다리가 여덟 개야?”
대왕오징어의 모습을 뜯어보던 호성이가 말했어요.
“오징어 다리 여덟 개 맞잖아.”
“아닌데. 문어 다리가 여덟 개지. 오징어 다리는 열 개이고.”
“무슨 소리야! 이 대왕오징어 님이 그것도 모르겠냐.”
진구가 자신만만하게 큰소리쳤어요.
“야, 오징어! 내기할래?”
호성이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어요.
“내기? 무슨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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