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희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고모에게 심부름을 간다. 고모 집에 도착하니 사촌 동생 서진이가 손바닥에 뭔가를 올리고 방에서 나온다. 찬희는 처음에는 돌멩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돌멩이가 조금씩 움직이는 걸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서진이가 찬희에게 왕달팽이를 소개하며 자랑한다. 찬희는 갈색 무늬 껍데기를 짊어지고 뽀얀 몸통을 꼬물꼬물 움직이는 달팽이의 모습이 신기하다. 달팽이가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달팽이한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집으로 돌아온 찬희는 자신도 왕달팽이를 키울 거라고 결심한다. 찬희는 인터넷으로 달팽이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다가 먹이 색깔에 따라 똥 색깔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자 매일 다른 걸 먹여서 다양한 색깔 똥을 모아 달팽이 똥 전시회를 하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찬희가 엄마에게 왕달팽이를 사 달라고 조르지만, 엄마는 허락하지 않는데……ㆍ

조금 뒤 방에서 서진이가 나왔다. 찬희는 서진이가 손바닥에 뭔가를 올리고 나오는 걸 보고 처음에는 돌멩이인가 했다. 그런데 서진이가 다가올수록 그 돌멩이가 조금씩 움직이는 게 보였다. 찬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그게 뭐야? 설마 달팽이야?”
“응, 엄청 멋있지?”
서진이가 보란 듯이 손바닥을 찬희 코앞까지 들어 올렸다.
“달팽이가 이렇게 크다고?”
“이건 그냥 달팽이가 아니라 왕달팽이거든.”
이렇게 큰 달팽이가 있다니, 찬희는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찬희가 아는 달팽이는 엄마가 사 온 배추 속에 들어 있던 손톱만 한 크기의 작은 동물이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녀석은 서진이 손바닥에 가득 찰 만큼 커다란 몸집을 가졌다. 갈색 무늬 껍데기를 짊어지고 뽀얀 몸통을 꼬물꼬물 움직이는 모습이 볼수록 신기했다.
- 본문 12~13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