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나는 엄마와 대화를 하다가 파마한 엄마 머리를 보고 너무 뽀글거려서 라면을 뒤집어쓴 것 같다고 말한다. 세나의 말에 엄마 얼굴은 일그러지지만, 세나는 엄마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할머니한테서 전화가 걸려 오고, 세나는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눈다. 인사도 잘하고 할머니 물음에 대답도 똑소리 나게 하던 세나가 왜 맨날 양파, 마늘, 김치 같은 것만 보내 주냐고 다른 애들 할머니는 장난감도 잘 사 주고, 용돈도 많이 준다는 말을 해서 할머니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등굣길에도 세나는 새 머리띠를 하고 온 아이에게 머리띠가 유치하다고 말한다. 수업 시간, 선생님은 짝이랑 한 조가 되어 양파 관찰 일기를 쓰자고 한다. 짝꿍과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의 양파는 좋은 말을 듣는 ‘칭찬 양파’가 되고, 진 사람의 양파는 아무 말도 듣지 않는 ‘그냥 양파’가 되는데, 세나의 양파는 ‘그냥 양파’가 된다. 쉬는 시간, 아이들은 ‘그냥 양파’에게 안 좋은 말을 해 주기로 하고 ‘그냥 양파’를 ‘짜증 양파’로 부르기로 하는데…….

“자, 그럼 짝꿍하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 양파는 좋은 말을 듣는 ‘칭찬 양파’가 되고, 진 사람 양파는 아무 말도 듣지 않는 ‘그냥 양파’가 되는 거예요. 짝이랑 한 조가 돼서 한 달 동안 정성껏 키우고, 관찰 일기에 잘 기록하세요. 관찰 일기는 학예회 때 전시도 할 거니까 꼼꼼하게 써야 해요.”
선생님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가위바위보를 하기 시작했어요. 곧 여기저기서 “야호!” 하는 환호성 소리와 “어휴!” 하고 실망하는 소리가 들렸지요.
세나는 말도 안 되는 이 실험이 내키지 않아서 자기 양파가 어떤 양파가 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가위바위보를 하려니 마음이 그네를 탄 것처럼 오락가락했어요. 어쩐지 자기가 가져온 양파가 ‘그냥 양파’가 되면 기분이 별로일 것 같았지요.
세나는 뚱한 얼굴로 희철이와 가위바위보를 했어요. 둘은 동시에 가위를 내고, 보를 내고, 주먹을 냈어요.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똑같은 걸 냈지요. 그리고 마침내 세나는 가위를, 희철이는 바위를 냈어요.
“아싸, 이겼다!”
펄쩍펄쩍 뛰며 좋아하는 희철이를 보고 세나가 눈을 홉떴어요.
“야, 네 양파가 칭찬 양파가 되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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