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 많은 두홍이는 조금만 기분이 나빠도 바로 “흥!” 하고 콧방귀를 뀐다. 학교에서도 시시때때로 콧방귀를 뀌는 바람에 두홍이 곁에는 친구들이 별로 없다. 수업이 끝난 뒤 두홍이는 학교 앞에서 몬스터 카드를 파는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다짜고짜 할아버지에게 이 카드는 딱 봐도 가짜라고 하면서 콧방귀를 뀐다. 화가 난 할아버지는 두홍이의 콧방귀 버릇을 고쳐 주기 위해 괴상한 주문을 왼다. 두홍이는 코에 힘을 주고 겁 하나도 안 난다고 하면서 “흥!” 하고 콧방귀를 뀐다. 순간 코에서 거무스름하고 동그란 공처럼 생긴 왕 코딱지가 휙 나오더니 길바닥에 떨어진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어찌 된 일인지 두홍이는 시원하게 콧방귀를 뀌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두홍이가 아무리 “흥!”이라고 내뱉어도 “응!” 하는 소리가 나오는데……ㆍ
두홍이는 할아버지 앞에 멈춰 서서 몬스터 카드를 내려다보다가 말했어요.
“흥, 이거 가짜죠?”
“뭐?”
“진짜 몬스터 카드 아니고 가짜잖아요. 저는 딱 보면 알아요.”
할아버지가 당황한 얼굴로 말했어요.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안 살 거면 썩 가거라.”
“흥, 할아버지나 가짜 몬스터 카드 팔지 말고 썩 가세요.”
“이 녀석이! 어른한테 하는 말버릇 좀 보게.”
할아버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어요.
“한 번만 더 콧방귀 뀌기만 해 봐라. 아주 혼쭐을 내 줄 테다.”
그러더니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지 뭐예요.
“니 코딱지 내 코딱지 왕 코딱지 똥 코딱지 흥야흥야 응야응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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