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된 첫날, 아리가 우재네 반으로 전학을 온다. 우재는 아리의 야무지고 당당한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날 저녁 우재의 동생인 쌍둥이 영재와 민재가 우당퉁탕 거실에서 뛰어다니다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실랑이를 한다. 급기야 민재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어 울음을 터뜨리며 소란스러워진다. 저녁 준비를 하던 엄마가 다급하게 달려와서 사이좋게 놀라고 둘을 타이른다. 우재는 문득 새로 산 합체 로봇이 생각나 영재와 민재에게 멋진 걸 보여 주겠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급한 마음에 쿵쿵 발소리를 내며 방으로 뛰어 들어간다. 그때 갑자기 현관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우재가 나가 보니 처음 보는 낯선 아줌마가 서 있다. 바로 아래층 1003호에 새로 이사 온 아줌마. 아줌마는 공동 주택에서 아이들을 뛰게 하면 어떡하냐고 우재 엄마에게 화를 내는데……ㆍ

“호호, 바로 그거야. 그렇게 놀리지 말라고.”
울상을 지을 줄 알았던 아리가 환하게 웃었어요.
“헐, 대박.”
“쟤 뭐냐?”
솔직히 나도 좀 놀랐어요. 전학 온 아이가 너무 야무지고 당당했으니까요.
“아리는 어디 앉으면 좋을까?”
“선생님, 여기요, 여기!”
“선생님, 우리 모둠요. 제발.”
아이들은 서로 자기 모둠으로 아리를 데려가려고 아우성을 쳤어요. 다들 당차고 야무진 아리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어요. 특히 남자애들은 빈 의자를 대령하며 아리에게 손짓까지 했어요. 나도 아리가 우리 모둠으로 와 주기를 바랐지요.
아리는 배시시 웃으며 교실을 훑었어요. 사르르 감기는 반달 눈웃음을 본 순간, 아리가 내 가슴속으로 쏙 들어왔어요. 숨이 딱 멎었어요. 첫눈에 뿅 간다는 게 이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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