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아의 엄마와 언니는 오늘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꿈이 없는 수아를 한심하게 바라본다. 오디션 출연자들처럼 어려서부터 꿈을 정하고 치열하게 달려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언니는 자기의 꿈이 뷰티 크리에이터라면서 벌써 꿈을 정했다고 자랑한다. 새 학년을 맞아 수아네 반 담임 선생님은 한 명씩 앞으로 나와 자신의 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자고 한다. 앞으로 나간 아이들은 모두 자기 꿈을 자신 있게 말하고, 심지어 당연히 꿈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하율이까지 자기 꿈을 당차게 이야기하자 수아는 충격을 받는다. 꿈이 없는 자신이 창피하게 느껴진 수아는 당황한 나머지 발표도 잘하지 못하고 아이들의 웃음을 산다. 우울한 마음을 안고 바이올린 학원에 도착한 수아는 학원 최고의 바이올린 영재 리아의 할머니를 만난다. 리아가 영재 프로그램에 나가게 되었다며 리아처럼 멋진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라는 할머니의 말에 수아는 자신의 꿈을 왜 할머니가 정하냐고 하면서 학원을 뛰쳐나온다. 집으로 돌아온 수아는 방 안에 틀어박혀 자신의 꿈이 뭔지 생각에 빠지는데……ㆍ

“자, 이번에는 누구 차례지? 아, 복도 쪽은 아직 발표 안 했지? 수아부터 하면 되겠다.”
하율이 때문에 받은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갑작스레 이름이 불린 수아는 급하게 일어나려고 하다가 그만 의자가 뒤로 넘어질 뻔 했어요. 뒤에 앉은 아이가 의자를 붙잡아 줘서 간신히 몸과 정신을 가다듬었어요.
그런데도 수아의 목소리는 모기 소리처럼 점점 작아졌어요.
“저, 저는 그러니까 제 꿈은……. ”
꿈이 없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어요. 그냥 아이들이 말한 꿈 중에 하나를 커닝할까 하는 순간, 어제 언니가 했던 이야기가 번쩍 떠올랐어요.
“저는 나중에 커서…… 음, 뷰티 크레터가 되고 싶어요.”
“뷰티 크레터? 그게 뭐야?”
“저런 직업도 있어?”
아이들은 생전 처음 들어 봤다는 반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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