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리는 텔레비전에서 하는 트로트 경연 대회에서 1등을 한 가수에게 어마어마한 상금과 자동차가 주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무조건 최고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옆에 있던 엄마와 아빠도 이왕이면 이기는 게 좋다며 승리를 부추긴다. 운동회를 앞두고 승리는 달리기 시합에서 1등을 목표로 열심히 달리기를 연습한다. 승리가 반 대표로 뽑히기 위해서는 같은 반 친구이자 달리기를 잘하는 윤정후를 이겨야 한다. 승부욕에 불탄 승리는 정후를 달리지 못하게 하려고 정후 운동화를 학교 뒤편의 쓰레기통에 숨겨 버리고, 결국 승리가 반 대표로 뽑힌다. 운동회 날이 되어 달리기 시합이 열리고, 반 대표로 뽑힌 아이들은 출발선에 모인다. 달리기가 시작되자 승리는 1등으로 달려 나가지만, 함께 달리던 다른 반 친구인 민수가 앞으로 치고 나오려다가 넘어지고 만다. 이를 본 승리는 모른 척하고 계속 앞서서 달린다. 하지만 뒤에서 달려오던 준선이가 넘어진 민수를 일으켜 세워 부축하고, 준선이와 민수는 서로에게 3등을 양보하다가 함께 3등으로 들어온다. 그러자 선생님과 친구들은 1등인 승리 대신 준선이와 민수에게 환호를 보내는데…….
사회자가 최종 우승자를 발표했지만, 승리는 누가 우승했는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1등에게 내려 쏘는 화려한 불빛과 알록달록한 꽃가루, 1억이라고 쓰인 커다란 판, 그 뒤에 굳건히 서 있는 빨간 승용차만 보였어요. 아까까지만 해도 같이 서 있던 2등은 어느새 뒤로 빠져서,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러고 보니 승리네 동네 슈퍼마켓에도 ‘최고로 신선한 채소’, ‘가장 싼 가격’ 등 최고를 내세운 광고 문구가 많았고, 조금만 유명한 맛집을 가도 ‘원조’, ‘진짜 원조’, ‘진짜 제일 원조’ 등 최초라는 것을 강조했어요.
“역사는 정말 1등만 기억하는 건가 봐. 무엇이든 이겨야 하나 봐.”
승리는 새삼 자기 이름이 자랑스러웠어요. 이름이 승리인 만큼 이기는 것이 당연하고 쉬울 것 같았거든요. 아빠, 엄마가 ‘오승리’라는 멋진 이름 대신 ‘오패배’라고 지었으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했어요.
“그래. 내일부터는 무조건 이길 거야. 무엇이든, 누구든.”
승리는 화려한 불빛과 알록달록한 꽃가루 속에 자기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작은 주먹을 불끈 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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