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기는 앞니가 하나 빠져 있다. 네 살 때 아라와 미끄럼틀을 타다가 꼬꾸라지는 바람에 왼쪽 앞니가 빠진 이후로 1학년이 되었는데도 새 이가 나오지 않는다. 지난주에는 아동 센터에서 이를 닦는 시간에 앞니에서 피가 난다며 승기가 비명을 질렀다. 승기는 남은 앞니도 빠져 버릴까 봐 울음을 터뜨리고, 아라는 승기의 앞니를 지켜주겠다고 다짐한다. 아동 센터에는 만날 유튜버 놀이만 하는 2학년 현아 언니가 있다. 어느 날 아동 센터에서 인절미가 나오고, 현아 언니는 먹방(먹는 방송) 놀이를 하면서 앞니가 빠질까 봐 잘 먹지 못하는 승기에게 임플란트에 대해 설명해 준다. 그리고 치과처럼은 못해도 비슷하게 할 수 있다며 아라를 보고 선생님한테 껌을 좀 받아 오라고 한다. 현아 언니는 껌을 잘라 이 사이에 끼워 보고, 물컹해지도록 씹게 한 껌을 앞니가 빠진 자리에 끼워도 보지만 껌이 빠지거나 흐느적거린다. 급기야 현아 언니가 껌 뒤에 인절미를 붙여 앞니가 빠진 자리에 붙이지만, 떡이 너무 크다는 승기의 말에 인절미를 확 잡아떼다가 승기의 앞니를 건드려 피가 난다. 현아 언니 때문에 승기의 앞니를 지키는 일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며칠 후, 승기가 임플란트 무료 시술 안내가 적힌 종이를 아라한테 보여 주고, 현아 언니와 아라는 무료 시술을 받기 위해 승기를 할머니로 변신시켜 치과로 향하는데…….

“오, 여러분 지금 우리는 치과에 가야 합니다. 왜냐고요? 이를 해 넣으려고요. 혹시 임플란트라고 아세요?”
승기 눈이 동그래졌다.
“그, 그게 뭐야?”
현아 언니가 손거울을 내려놓고 승기의 윗입술을 들춰 보면서 말했다.
“임플란트는 이가 빠진 자리에다가 가짜 이를 집어넣는 거야.”
승기와 나는 서로 쳐다보며 어깨를 들썩였다. 그러자 언니가 소매를 걷어 올리며, 잘난 듯이 말했다.
“난 말이지, 치과처럼은 못 해도 비슷하게는 할 수 있어!”
“어? 어떻게?”
승기는 떡을 꿀꺽 삼켰다. 언니는 나를 보며 명령했다.
“간호사! 어서 가서 선생님한테 껌 좀 받아 오세요. 자일리톨 껌으로요!”
내 머릿속에 토끼 이빨처럼 새하얗고, 반짝거리고, 도톰한 자일리톨 껌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뭔가 좋은 느낌이 들었다.
- 본문 23~24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