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이는 월요일 아침만 되면 입을 꾹 다문다. 다들 주말에 놀러 다녀온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민준이는 학교를 마치면 피아노 학원에 갔다가 태권도 학원에 가고, 태권도를 마친 후에는 바쁜 엄마, 아빠 대신 동생 서우를 데리러 유치원으로 향한다. 엄마가 집에 온 후 저녁을 먹던 서우가 텔레비전에서 캠핑카가 나오자 집이 움직인다며 소리를 지르고 민준이도 캠핑카의 모습에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다음 날, 학교에서 준혁이가 캠핑카를 샀다며 자랑을 하고, 딱 세 명만 데려가서 캠핑카를 보여 주겠다고 한다. 준혁이는 다빈이에게만 같이 가자고 하고, 나머지 두 명은 코끼리 코를 하고 제자리에서 열 바퀴 돌아서 안 넘어지는 친구를 데려가겠다고 한다. 그 두 명에 민준이와 대현이가 뽑힌다. 준혁이 집에 가니 준혁이 엄마가 캠핑카에서 먹을 쿠키를 구워 준다. 쿠키를 맛있게 먹은 민준이는 갑자기 배가 아파 준혁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캠핑카 화장실에서 똥을 눈다. 그런데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자 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다. 당황한 민준이는 샤워기를 틀어 보지만 마찬가지로 물이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민준이가 다시 한번 변기 손잡이를 확 내리자 손잡이가 뚝 부러진다. 민준이는 떨어진 변기 손잡이를 주머니에 몰래 넣고 서둘러 준혁이 집에서 나오는데…….
“코끼리 코를 하고 제자리에서 열 바퀴 돌기. 안 넘어지는 사람을 데리고 갈 거야.”
“뭐? 코끼리 코?”
대현이가 코를 벌름거리며 말했어요. 뜬금없이 코끼리 코를 하라는 준혁이가 이해되지 않았거든요. 궁금한 건 민준이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민준이는 준혁이에게 물었어요.
“왜 코끼리 코를 하라는 거야?”
“캠핑카가 코끼리보다 더 크거든.”
민준이는 코끼리도 텔레비전에서만 봤어요. 동물원에 가 본 적이 없었거든요. 코끼리가 얼마만큼 큰지는 모르지만,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건 알았어요. 텔레비전에서 봤을 때 코끼리가 화면을 가득 채웠거든요.
‘코끼리와 캠핑카 중 뭐가 더 클까?’
궁금해하고 있는 민준이 어깨를 툭 치며 준혁이가 말했어요.
“어서 시작해! 수업 시간 다 되어 가.”
준혁이가 재촉했어요. 한 아이가 하기 싫다며 자리로 돌아갔어요. 이제 네 명 남았어요. 서로 눈치를 보던 아이들이 오른손으로 코를 잡고 그 사이로 왼손을 쑥 뺐어요. 그러고는 허리를 숙여서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