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하은이는 ‘집에서도 잘해요’ 책에 적힌 약속 세 가지를 모두 지켰다며 엄마에게 받아 온 동그라미를 주연이에게 자랑한다. 선생님은 이번 주 약속은 젓가락 사용하기라고 말하며 잘 지켜 줄 것을 당부하고, 하은이는 이번에도 동그라미를 받아 약속 대장이 되면 좋아하는 정우와 같은 모둠을 할 거라고 마음먹는다. 그날 오후, 하은이는 보조 젓가락을 사용해 엄마가 구워 준 파이를 먹는다. 저녁을 먹을 때도 하은이를 하꿍이라고 부르는 아빠가 갈치를 발라 주지만 하은이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보조 젓가락으로 갈치를 발라 먹는다. 4월 약속 대장에 하은이를 포함해 4명이 뽑힌다. 그때 한 친구가 하은이는 젓가락으로 밥 먹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얘기하자, 선생님은 젓가락 게임으로 실력을 확인해 보자고 한다. 결국 게임에서 망신을 당한 하은이는 급식 시간에 서툰 젓가락질로 갈치를 먹다가 목에 가시가 걸리고 옷에 토를 하기도 한다. 선생님은 하은이가 갈아입을 옷을 찾아 주지만 하은이는 단추가 뒤에 달린 원피스를 혼자 벗을 수 없어 난감해하고, 이 모습을 주연이에게 들키고 만다. 하은이가 ‘젓가락 사용하기’와 ‘혼자 옷 입고 벗기’ 약속을 지키지 않고 동그라미를 받아 왔다고 생각한 아이들은 약속 지키기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웅성거리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약속을 스스로 정해 보라고 한다. 부끄럽고 가시방석에 앉은 것만 같은 하은이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단단히 마음을 먹는데…….
“뭐냐? 옷도 혼자 못 벗냐? 너, 동그라미 진짜로 받은 거 아니지?”
대답을 제대로 못 한 채 하은이는 삐죽삐죽 울음이 터질 것 같았어요
“단추가 뒤에 있어서 그렇다고 하잖아.”
주연이가 언니처럼 나서서 능숙하게 단추를 풀어 줬어요. 하은이는 주연이의 도움으로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지요.
하은이는 가시방석에 앉은 것만 같았어요. 친구들이 웃기만 해도 자기 얘기를 하는 것 같고, 친구들과 눈이 마주치면 공연히 얼굴이 붉어졌어요. 식은땀도 났지요. 특히 정우는 쳐다보지도 못했어요. 모둠장이 주간 학습을 나눠 주는데 주연이가 손을 들고 선생님에게 말했어요.
“선생님! ‘집에서도 잘해요’는 문제가 있는 거 같아요.”
순간 웅성거리던 교실이 조용해졌어요. 선생님이 주연이한테 일어서서 말해 보라고 했어요.
“저는 동생이 있지만 혼자인 친구는 ‘형제, 자매와 사이좋게 지내기’ 약속을 어떻게 지켜요?”
이번에는 아영이가 나섰어요.
“약속 대장으로 모둠을 정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요. 동그라미를 가짜로 쳐 오는 아이도 있다고요.”
친구들이 일제히 하은이를 바라보았어요. 하은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죠.
- 본문 27~28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