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이는 무조건 자기 편인 엄마가 있어 뭐든 무섭지 않다. 서인이네 앞집에 사는 친구 민성이가 이유 없이 괴롭히고 귀신 분장을 해서 무섭게 해도 서인이 곁에는 민성이를 따끔하게 혼내 주는 엄마가 있어 늘 든든하다. 일요일 아침, 엄마가 피자를 만들어 준다며 아빠와 함께 마트에 간다. 서인이도 엄마가 오면 깜짝 놀래 주려고 청소를 하는데, 안방 옷장에서 백화점 종이 가방을 발견한다. 종이 가방에는 서인이한테 딱 맞는 예쁜 옷이 들어 있었고, 서인이는 자기 생일을 위해 엄마가 미리 사 둔 거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민성이 때문에 또 속이 상한 서인이는 엄마를 부르며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데, 울고 있던 엄마가 깜짝 놀라며 황급히 종이를 서랍 안에 넣는 것을 본다. 서인이는 엄마에게 왜 우느냐고 묻지만 별일 아니라고 하고, 민성이와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말하지만 엄마가 왠지 딴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요즘 엄마가 이상하다. 딸 바보였던 엄마가 뭐가 그렇게 바쁜지 서인이 일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던 중 서인이는 엄마가 1층 아줌마에게 백화점에서 산 옷을 딸에게 보내 주었다며 더 보내 주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는 것을 우연히 엿듣게 된다. 서인이보다 2살 어린 그 딸이 너무 예쁘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 엄마를 보고 충격을 받은 서인이는 엄마의 비밀을 파헤치기로 하는데…….

나는 숨을 죽이고 엄마 등 뒤에 바짝 다가섰어요.
“백화점에서 예쁜 옷 샀다면서? 그 아이한테 보내 줬어?”
두 손을 번쩍 들고 악 소리를 질러 놀래 주려는 순간 1층 아줌마가 말했어요. 옷이라는 말에 나는 얼음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어요. 옷이라면 옷장 안에 있던 내 깜짝 생일 선물을 말하는 건가요?
“응. 보내 줬어. 큐빅이 박힌 티셔츠랑 레이스 반바지인데 요즘 애들 사이에서 되게 유행이래.
더 많이 보내 주지 못해서 마음이 아파.”
나는 엄마 말에 너무 놀라 입이 벌어졌어요. 그 옷은 내 옷 아닌가요?
내 옷을 누구한테 보내 줬다는 말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엄마는 마음이 아프다고 하면서 손가락으로 눈물을 콕콕 찍어 냈어요.
“그 아이가 서인이보다 두 살 아래라면서? 그럼 서인이가 언니네? 예쁘게 생겼어?”
1층 아줌마가 물었어요.
“우리 딸이니까 당연히 예쁘지.”
엄마가 말하는 순간이었어요. 뭔가 무거운 게 내 머리를 쾅 치고 가는 거 같았어요.
딸이라니요. 엄마 딸은 나밖에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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