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구는 더위가 시작되었는데도 에어컨을 틀어 주지 않는 엄마 때문에 선풍기 한 대를 두고 밤마다 아빠와 전쟁을 치른다. 일요일 오후, 텔레비전을 보던 홍구는 럭키아파트 한마음잔치 경품권을 받아 가라는 안내 방송을 듣고 관리 사무소로 향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엄마와 함께 온 같은 반 친구 유준이를 만난다. 홍구는 투명한 통에서 ‘444’가 적힌 경품권을 뽑고 좌절하지만 유준이는 ‘770’을 뽑고 엄마의 칭찬을 받는다. 상품 중에 선풍기가 있다는 사실을 안 홍구는 유준이가 가고 난 후 소장님을 졸라 ‘444’가 적힌 경품권을 도로 넣고, ‘523’이 적힌 경품권을 새로 뽑는다. 한편 홍구 반에서는 서로 짝이 되는 낱말을 뽑은 친구끼리 짝이 되는 방식으로 1학기 마지막 짝을 정한다. ‘콜라’를 뽑은 홍구는 승연이가 ‘사이다’를 뽑은 것을 알고 좋아하지만, 느닷없이 유준이가 ‘사이다’는 ‘고구마’와 어울린다고 우겨 유준이와 승연이가 짝이 된다. 이에 화가 난 홍구는 유준이의 코를 납작하게 할 궁리를 한다. 수업을 마친 후, 유준이의 뒤를 몰래 따라가던 홍구는 유준이가 왕드래곤월드 카드 중에서도 뽑기 어렵다는 희귀 카드를 뽑는 것을 보고 놀란다. 심지어 그 카드를 선뜻 홍구에게 건네며 잘 지내자는 유준이의 말에 둘은 친구가 되고, 그다음 날도 희귀 카드를 뽑는 유준이의 모습에 홍구는 유준이가 복덩이임을 확신하는데…….
"홍구는 유준이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온갖 심부름을 해서 어렵게 모은 용돈을 들고 문방구로 갔지요.
“내가 사 줄 테니까 카드 골라 봐.”
홍구는 유준이가 어떻게 카드를 고르는지 유심히 살폈어요. 유준이는 카드 뽑기 고수들처럼 카드를 햇빛에 비춰 보거나 카드가 들어 있는 검정 비닐을 만지며 두께를 가늠하지 않았어요. 손가락으로 카드를 가리키고는 오른쪽 왼쪽으로 왔다 갔다 하더니 카드 하나를 골랐어요.
“내 것도 하나 뽑아 주라.”
“왜? 네가 고르면 되잖아.”
“아니야. 네가 골라 줘. 그래야 운이 좋지.”
“에이, 싫어. 그러다 나 원망하려고? 나도 일반 카드 나올 때 엄청 많단 말이야. 나 카드 말고 그냥 아이스크림 사 주라.”
유준이는 카드를 제자리에 두고 문방구를 나갔어요. 홍구도 뒤따라 나가려는데 유준이가 골랐던 카드가 눈에 들어왔어요. 홍구는 그 카드를 잽싸게 사 들고 나왔죠. 슈퍼에 들러 유준이랑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먹었어요. 홍구는 슬그머니 주머니 속 카드를 꺼냈어요. 집에 가서 혼자 보려고 했는데, 궁금해서 견딜 수가 있어야죠.
“어? 카드 샀어? 언제?”
“아까, 아까.”
유준이가 골랐다가 도로 넣은 카드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 서둘러 검정 비닐을 벗겼어요.
“오, 오! 대박!”
번쩍거리는 희귀 카드가 들어 있었어요.
최고로 좋은 ED 카드는 아니지만, 두 번째로 좋은 GD 카드였어요.
홍구는 유준이 손을 덥석 잡았어요.
- 본문 32~33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