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 날, 도윤은 학교 끝나고 친구 선우와 놀 생각에 설레지만, 도윤의 형 도훈은 자기 방에 들어가지도, 자기 물건을 만지지도 못하게 한다. 학교 갔다 오자마자 도윤이 집을 나서는데 엄마가 목에 목도리를 칭칭 감으며 키키몽 장갑을 챙겨 준다. 선우는 키키몽이 그려진 도윤의 장갑을 보고 피식 웃더니 가방에서 스틸맨 장갑을 꺼낸다. 눈싸움하는 내내 선우가 키키몽이라고 불러서 기분이 상한 도윤은 형의 스타포스 장갑을 떠올린다. 집으로 온 도윤은 형의 책상 서랍에서 스타포스 장갑을 찾아 조심스레 껴 본다. 블랙마스크 얼굴과 함께 오른손엔 ‘스타’, 왼손엔 ‘포스’가 영어로 새겨진 장갑을 보며 선우도 부러움에 눈을 반짝인다. 도윤은 무시무시한 형 얼굴이 잠시 스쳤지만 눈을 질끈 감는다. 스타포스 장갑 덕분에 도윤은 눈싸움도 이기고, 눈사람도 멋지게 만든다. 그러나 집에 돌아온 도윤은 형의 장갑 중 스타가 없어진 걸 알게 된다. 집에 돌아온 형은 장갑이 없어진 것을 알고 도윤을 의심한다. 도윤은 스타를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떠올리다가 엄마까지 자신을 의심하자 도리어 화를 내며 집을 뛰쳐나온다. 스타를 찾아야 하는 도윤은 막막하기만 한데…….
“도훈이가 올 때가 됐는데…….”
엄마가 베란다를 내다보며 혼잣말을 했다.
‘뭐? 형?’
정신이 번쩍 났다. 그제야 내가 아주 중요한 일을 잊었다는 걸 깨달았다. 부리나케 텔레비전을 끄고 방으로 달려갔다. 잠바 주머니를 뒤졌다. 그런데 스타가 없었다. 포스도 있고, 목도리도 있는데, 스타만 없었다.
‘어, 그럴 리가 없는데…….’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아까 잠바를 던질 때 떨어졌나 싶어 내 방을 샅샅이 뒤졌다. 거실, 화장실, 안방, 형 방까지 다 찾아보았다. 집 어디에도 스타는 없었다. 나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다녀왔습니다!”
헉, 형이 집에 왔다! 나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하느님, 형기 장갑을 찾지 않게 해 주세요. 네? 장갑이 있다는 것을 영원히 잊어버리게 해 주세요. 아멘.’
신기하게도 내 기도가 끝나자마자, 형은 장갑이 사라졌다며 고함을 질렀다. 하느님은 내가 크리스마스 때만 교회에 가는 걸 아는가 보다.
“분명히 김도윤이야! 내가 100퍼센트, 아니 200퍼센트 장담해! 으악! 짜증 나!”
형은 잔뜩 화난 맹수처럼 날뛰었다. 두근두근, 두근, 두두근. 심장이 제멋대로 뛰었다.
‘엄마, 나 좀 살려 줘. 제발!’
엄마한테 텔레파시를 보냈다.
“도훈아, 도윤이는 아니야. 엄마가 장담해. 아까 도윤이한테는 엄마가 다른 장갑 챙겨 줬어. 엄마가 꼭 찾아 놓을 테니까, 넌 어서 학원 가. 응?”
“나도 학원 끝나고 애들이랑 놀기로 했다고! 김도윤이 다 망쳐 버렸어! 내 말이 맞다니까! 엄마는 왜 맨날 김도윤 편만 드는데?”
“편드는 게 아니라, 도윤이는 확실히 아니라서 그래. 도윤이가 형이 아끼는 물건에 손댈 애는 아니잖니. 장갑에 발이 달린 것도 아니고.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필요하면 엄마 장갑이라도 가져가.”
“됐어!”
- 본문 26~29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