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고 그동안 반 회장을 놓친 적이 없던 나최고는 힙합 소년 문지현에게 회장 자리를 뺏긴다. 점심시간, 희재와 함께 반 아이들을 모아 운동장에 나간 나최고는 축구 라이벌인 1반 박구준을 만나 축구 시합을 벌인다. 6반이 승리하자, 박구준은 정식으로 전체 반 대결 축구 시합을 요청한다. 다음 날, 산만하기로 소문난 방석찬이 자기도 축구를 하겠다며 끼어든다. 나최고는 회장인 문지현이 말려 주기를 바라지만 문지현은 석찬이도 축구팀에 낄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자 나최고는 회장도 축구를 해야 한다면서 축구를 못하는 문지현을 웃음거리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운동장으로 나간 아이들은 나최고가 패스한 공을 받으려다 넘어질 뻔한 문지현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고, 나최고는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학급 회의 시간, 선생님은 다음 달에 학예회가 있다며 하고 싶은 걸 말해 보자고 한다. 댄스, 태권도 등을 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나최고가 줄넘기를 제안하자 축구팀 남자아이들도 같이 하고 싶다고 손을 든다. 문지현은 방석찬과 함께 리코더 연주를 하며 힙합을 곁들이기로 한다. 다음 날 리코더 팀이 연습하는 걸 지켜본 나최고는 희재를 리코더 팀에 합류시켜 공연을 망칠 계획을 세운다. 오합지졸 같은 리코더 팀을 보면서 줄넘기 팀을 더 멋지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나최고는 아이들에게 노래 후렴 내내 쌩쌩이를 하자고 제안하는데…….
문지현 노래에 여자아이들이 까르르 웃더니 마법에 걸린 듯 책을 꺼냈다. 내가 말할 땐 분명 얼굴을 찌푸렸는데 문지현 노래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독서 시간이라고 말한 게 뭐가 잘못이라고?
책을 읽는 데 집중이 안 됐다. 고개를 들어 다시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아이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책을 읽거나 옆 친구와 작게 소곤거렸다. 그러다 희재가 눈에 들어왔다. 희재는 책을 읽으며 뭐가 재밌는지 혼자 웃기도 했다. 짜식!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내 눈빛을 느꼈는지 희재가 고개를 들었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왜? 할 말 있어?”
희재가 붕어처럼 입을 벙긋거렸다. 나도 입을 벙긋거리며 “그냥.”이라고 말했다. 희재가 씩 웃더니 다시 책에 집중했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정신 차리자. 고개를 흔들며 책을 다시 펼쳤다. 그런데 아까 얼굴을 찌푸리며 나를 보던 아이들 눈빛이 자꾸 어른거렸다. 그 눈빛…… 마치 징그러운 벌레를 본 듯한 눈빛이었다. 그러자 온몸이 부르르 떨려 왔다. 잊으려고 머리를 흔드는데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아싸. 내가 아싸? 안 돼! 말도 안 돼!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래, 문지현이 힙합으로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나는 실력으로 인정받을 거다. 실력만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엄마가 누누이 말했고, 그 말을 새기며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뭐든 잘해서 전처럼 아이들이 나를 부러워하고, 내 말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결심하자 마음속에 작고 단단한 돌멩이가 생겨났다.
본문 26~28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