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존재감 제로인 주노. 5학년 때 자기를 괴롭히던 진구와 반이 갈렸지만, 올해는 현채의 화풀이용 장난감으로 접수되고 말았습니다. 주노가 괴롭힘을 당하는 데 단련이 된 건 아빠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았습니다. 사고였지만 자기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키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새로 짝이 된 이서가 자꾸 말을 걸어옵니다. 웬만하면 입을 열고 싶지 않은데 이상하게 자꾸 대답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가슴에 자그마한 촛불이 켜진 기분이었지요 주노가 조금씩 밝아질 무렵, 이서가 뺑소니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주노는 이서가 좋아했던 그림을 퍼즐로 만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퍼즐이 완성되면 이서가 깨어날 거라는 희망에 힘든 줄 몰랐습니다. 현채의 괴롭힘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노는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말라’던 이서의 말을 떠올리며 자기를 호의적으로 대했던 친구 둘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현채의 실체가 드러나고, 이서의 사고현장에서 단서를 찾아내는 등 퍼즐이 조금씩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위험한 고비를 이겨 내고 드디어 이서가 깨어났습니다! 그동안 주노가 왕따와 괴롭힘을 당했던 사실을 알게 된 엄마는 많이 울었지만, 주노는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탁 내려놓는 것처럼 마음의 자리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그때 번호 키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 맛있는 라면 냄새!”
늦는다던 엄마가 생각보다 일찍 왔다.
“라면 끓여 줄까요?”
“진짜? 콜!”
라면 하나에 엄마는 기뻐하다 못해 호들갑을 떨었다.
“라면은 아빠보다 우리 아들이 훨씬 잘 끓이네.”
라면 한 젓가락을 입에 넣은 엄마가 엄지손가락을 척 들었다. 뭐야, 하늘에 있는 아빠 귀가 간질간질할 것 같다.
“앞으로 라면 먹고 싶으면 말만 해. 내가 끓여 줄 테니까.”
나는 크게 인심을 썼다.
“정말이지?”
“오빠, 나도!”
하여간 탱탱볼은 기가 막히게 잘 끼어든다. 어이없게 탱탱볼하고 새끼손가락을 걸고, 도장을 찍고, 복사까지 했다.
엄마가 상을 치우는 걸 보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책장에서 책을 한 권 빼 들고 침대로 갔다. 그리고 퍼즐을 옆에 놓고 벽에 기대앉아 책을 펼쳤다.
책 속 주인공은 오 학년이다. 지는 지수가 158인 주인공은 지적 장애를 가진 오빠가 있다. 그 오빠 때문에 더 놀림을 당해서 자기 지능이 높은 걸 정말 싫어한다.
읽다가 책을 덮었다. 마지막에는 어떻게 될까? 나는 책을 중간쯤 읽다 덮어 놓고 마지막 장면을 상상해 보는 버릇이 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이야기도 퍼즐 맞추기 같다. 흐트러진 퍼즐 조각들이 자리를 찾아가며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듯이, 사건들이 생기고 그것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이야기가 완성되니 말이다.
- 본문 133~134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