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아이, 말을 잘하지 못하는 아이, 재미있는 아이, 용기가 부족한 아이…… 모두가 주인공인 듯, 아닌 듯 함께 살아가는 개성 만점의 이야기들이 모여 마음속을 파고듭니다.
· 엉뚱한 발레리나 : 뚱뚱한데도 발레 공연에서 주인공을 맡을 만큼 실력이 뛰어난 친구가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샘이 납니다.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일까요? 자존감은 무엇일까요?
· 뽑기의 달인 : 운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던 영찬이가 문구점 뽑기 판에서 롤러코스터 같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운이 좋다고 다 좋은 건 아닌가 봐요.
· 화해하기 일 분 전 : 절친과 틀어져서 냉전 중인 아이. 무엇 때문에, 혹은 정확한 이유도 없이 친구랑 틈이 벌어진 적은 없나요? 용기를 내서 사과해 보는 건 어떨까요?
· 비밀 편지 : 내가 좋아하는 오빠가 나랑 친한 언니를 좋아한다? 중간에서 편지로 다리를 놓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깜찍, 발칙한 장난을 치게 된 아이 이야기
· 빵빵 터지는 봉만이 : 발달장애가 있는 형을 웃게 해 주고 싶던 봉만이. 용기를 내 형과 함께 집 밖으로 나갑니다. 웃음도 찾고 친구도 사귀고!
· 나중에 할게 : 뭔가 틀어진 마음 때문에 절친의 흉을 보는 아이에게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억울하게 돌아갑니다. 이 마음은 대체 무엇일까요?
미나 문구점에 뽑기 판이 등장한 건 한 달 전이야. 커다란 판에 손가락만 한 종이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는데, 종이를 쭉 뽑으면 숨겨진 쪽에 등수가 써 있어. 한 번 뽑는 데 오백 원이야.
영찬이도 두 번이나 해 봤지만 삼 등은 고사하고 모두 꽝이었어. 사실 꽝보다도 삼 등이 자주 나오는데도 말이야.
삼 등이 나오면 뭘 주냐고? 대단한 건 아니야. 오백 원짜리 사탕, 뽑기 한 번 하는 거랑 같은 값이지. 꽝만 나오지 않는다면 손해 보는 건 아니야. 남자아이들한테는 인기가 없지만 여자아이들은 꽤 좋아해. 적어도 처음에는 그랬어.
남자아이들은 반지 사탕이 나오면 사탕은 먹어 버리고 남아 있는 반지를 여자아이들한테 주곤 했어. 누가 누구한테 반지를 받았다고 처음에는 난리도 아니었지. 하지만 요즘은 반지 사탕을 줬다가는 욕을 한 바가지 들어. 사탕이 그대로 있는 반지를 줘도 마찬가지야.
이 등은 뭐냐고? 삼 등보다 안 좋은 이 등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은 없는데, 이 경우가 딱 그래. 왜냐하면 이 등은 반지 사탕을 다섯 개나 주거든. 다섯 개의 반지 사탕은 무진장 곤란해.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질려 버렸거든. 나중에는 많은 아이들이 몰래몰래 사탕을 버리곤 했어.
이쯤 되면 일등이 궁금해 죽겠지?
꽝이 나와도, 삼 등이 나와도, 무시무시한 이 등이 나와도 또 뽑기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야. 퍼펙트 건담을 주거든. 투명한 상자 안에 든 퍼펙트 건담이 위풍당당하게 뽑기 판에 바로 위에 서 있어. 일등을 뽑으면 누구나 건담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거지.
- 본문 26~29쪽 중에서 -
“오빠, 소라 언니 좋아해?”
내 말에 진구 오빠 얼굴이 빨개졌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
“어디가 좋아?”
아이스크림이 녹기 시작했다. 조르륵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을 혓바닥으로 핥았다.
“그, 그게 아니고 물어볼 게 있어서 그래…….”
“치! 거짓말.”
“진짜야!”
진구 오빠 눈이 왕사탕만큼 커졌다. 안경 속 눈알도 마구 흔들렸다.
“소라 언니는 휴대폰 없어. 아줌마가 중학교 들어가면 사 준다고 했거든. 이 년만 기다려. 그때는 전화번호 알려 줄 수 있어.”
아이스크림 사 준 걸 도로 내놓으라고 할까 봐 살짝 걱정이 되었다.
진구 오빠가 많이 실망했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여자들은 편지에 약하다고 했어. 편지 쓸 줄 알아?”
“편지?”
진구 오빠 얼굴이 확 다가와 깜짝 놀랐다.
“응. 우리 엄마도 그렇게 꼬셨대. 우리 엄마가 소라 언니보다 백배는 더 예뻐.”
“한 번도 써 본 적 없는데……”
“인터넷으로 찾아봐. 거기 보면 나올 거야.”
“그런 것도 나와?”
“그런 것도 몰라?”
진구 오빠는 공부랑 태권도 빼고 다른 건 잘 모른다. 역시 소라 언니랑은 어울리지 않는다.
- 본문 81~84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