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정이와 원이는 단짝이지만 서로 많이 다릅니다. 장난기 가득하고 남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는 호정이와 달리 원이는 점잖은 모범생 타입으로 수줍음이 많은 편이지요. 동생들의 입학식 때 환영사를 낭독할 2학년 대표를 뽑게 되었는데, 여기서 둘 사이가 틀어지고 말았습니다. 부끄러워서 낭독하기 싫었던 원이는 호정이에게 툴툴거렸고, 환영사 내용이 적힌 종이를 실수로 떨어뜨렸는데, 호정이는 원이가 하기 싫어서 내버린 줄 알고 그걸 주워다 열심히 연습해서 결국 낭독을 하게 된 것입니다. 엄마에게 혼날까 봐 원이가 엉뚱한 말을 하는 바람에 원이 엄마는 호정이가 원이 역할을 빼앗아 갔다고 굳게 믿고, 지레짐작까지 보태 동네 엄마들에게 소문을 냅니다. 한편 환영사 낭독 이후 친구들에게 인기도 얻은 호정이는 자신감이 커졌고, 달리기 시합에서도 원이를 이겨 원이는 의기소침해집니다. 원이는 자기도 모르게 호정이를 질투하며 다른 친구와 합심해 호정이를 괴롭힙니다. 원이의 달라진 모습에 호정이가 덜컥 몸살을 앓으며 말수가 줄어들자, 호정이 엄마는 원이 엄마를 찾아가 상담을 하려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사건의 오해를 풀려고 노력하지만 원이 엄마는 자초지종을 듣고도 혼자만 알고 넘어가는 바람에 호정이에게 생긴 나쁜 평판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얼마 뒤 호정이네가 이민을 가게 되고, 갑작스러운 소식에 깜짝 놀란 원이는 속이 시원하면서도 마음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따끔따끔합니다. 하굣길 아파트 현관 편지함에서 편지 한 통을 발견한 원이. ‘그동안 조금 서운했지만 그래도 난 네가 좋아.’라는 내용이 담긴 호정이의 편지였습니다. 친구의 진심 어린 편지를 읽으며 원이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원이 엄마는 당연히 원이가 환영사를 낭독하는 줄 알고 동네방네 자랑을 했어. 입학식 날은
아예 약국 문도 닫고, 고급 카메라까지 챙겨 허겁지겁 학교에 갔지.
“아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환영사를 하러 나온 아이는 원이가 아니었어. 엉뚱하고 장난꾸러기인 호정이가 나와서 또
랑또랑 환영사를 외우는 거야. 원이 엄마는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느낌이었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서 집에 돌아온 원이 엄마는 원이만 기다렸어. 원이가 집에 오자마
자 큰 소리로 따졌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엄마가 창피해서 죽는 줄 알았어!”
원이는 차마 선생님이 준 종이를 태권도 도장에서 잃어버렸다고 말할 수가 없었어. 그 사실
은 담임 선생님한테도 말 못 했거든.
“빨리 말하지 못해?”
원이 엄마는 화나면 사자보다 더 무서워. 아빠도 꼼짝 못 할 정도야.
“호, 호정이가 종이를 몰래 가져갔나 봐요.”
“뭐라고?”
원이는 호정이가 종이를 가져가서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둘러댔어. 말하다 보니까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원이 엄마는 점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어.
“호정이가 아주 욕심이 많고 앙큼한 애였구나!”
원이 엄마는 호정이가 원이 역할을 훔쳐 갔다고 믿어 버렸어. 원이가 하지도 않은 말까지
상상하면서. 호정이 엄마가 선생님한테 부탁해서 선생님이 호정이를 시켜 준 거라고 짐작
한 거야.
“원아, 앞으로 그런 나쁜 애랑 놀지 마.”
- 본문 38~39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