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건 좋은데 찬우는 말을 거침없이 해서 상대방 기분을 상하게 할 뿐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맥락에 맞지 않아도 내뱉어야 직성이 풀리는 통에 친구들 사이에서 일명 막말 대장으로 통합니다. 찬우의 막말이 반복되자 친구들은 조금씩 찬우를 멀리하기 시작하고, 찬우는 찬우대로 의기소침해집니다. 어느 날 아빠가 회사에서 개발 중인 인공지능스피커 ‘망고’의 교육 기능을 시험하려고 집에 가져옵니다. 자기소개부터 시각, 날씨 알림, 외식 주문 서비스까지 못하는 게 없는 망고를 보고 찬우는 신이 나지요. 한편 발표 준비로 모둠회의를 하는데 찬우가 또 아무 말이나 해대며 분위기를 망치자, 친구들은 고민 끝에 ‘안 들려 작전’을 쓰기로 합니다. 찬우가 뾰족한 말, 맥락에 맞지 않는 말을 하면 안 들리는 척 무시하는 것! 따돌림을 당하는 기분에 찬우는 점점 망고와의 대화에 집중하고, 망고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친구들에게 복수할 방법을 알려 달라고 떼씁니다. 멀쩡하던 망고가 갑자기 자기에게 반말, 막말을 쏟아내자 찬우는 당황합니다. 심지어 아빠 앞에서는 멀쩡하게 작동하면서 찬우가 멋대로 말을 뱉으면 망고도 따라서 아무 말이나 내뱉고는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다며 작동을 중지했습니다.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기분이 든 찬우, 그날 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지!’라는 망고의 말을 곱씹으며 잠이 듭니다. 찬우의 말씨,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상대방 기분도 살피고, 말할 때 상황도 고려하는 눈치입니다. 인공지능스피커 망고는 오류 난 건 알아도 스스로 고치진 못했는데, 찬우는 자기 잘못을 스스로 고치기 시작했다는 게 멋지지 않은가요!
교실에 들어서자 여자애들 몇 명이 하은이 자리에 모여 있었어요.
“이거 이모가 생일 선물로 사 준 거다. 예쁘지?”
하은이가 노란색 손가방을 자랑했어요. 구경하던 여자애들도 저마다 자기 손가방과 안에 든
물건들을 꺼내 보이며 이야기꽃을 피웠어요.
그때 찬우가 여자애들 옆을 지나가며 한마디 했어요.
“최하은, 너 할머니 가방 가져왔냐? 색깔 완전 구리다.”
갑작스러운 말 폭탄에 하은이 얼굴이 밟힌 우유갑처럼 구겨졌어요. 찬우는 하은이의 기분은
나 몰라라 하고 자기 자리로 갔어요.
윤서가 찬우한테 소리쳤어요.
“야, 강찬우! 너 하은이한테 사과해!”
윤서는 별명이 ‘불도그’예요. 뭐든 한번 물면 놓지 않는다고요. 특히 남자애들이 여자애들에
게 심한 장난을 치거나 괴롭히면 절대 그냔 넘어가지 않아요.
윤서한테 물린 찬우가 마지못해 꼬리를 내렸어요.
“아, 알았어. 사과하면 되잖아. 사! 과! 됐지?”
진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장난스러운 말투, 게다가 ‘미안해.’가 아니라 ‘사!
과!’라니! 여자애들의 따가운 시선이 찬우의 몸에 꽂혔어요.
“알았어. 사과한다고. 최하은, 미안해. 이제 정말 됐지?”
찬우는 사과씨 뱉듯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툭 내뱉고는 도망치듯 화장실로 갔어요. 하은이
자리에 모여 있던 여자애들이 찬우에 대한 불만을 쏟아 냈어요.
“아휴, 저 막말 대장.”
“쟤는 말을 너무 기분 나쁘게 해.”
“맞아. 남의 기분은 전혀 생각 안 해.”
“난 찬우가 입만 열면 짜증부터 나더라.”
기분 좋게 시작한 손가방 자랑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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