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어! 너희도 알지? 우리 할아버지가 받은 훈장 말이야. 그 훈장이 감쪽같이 사라졌어.” 민찬이의 말에 아이들이 놀란 얼굴로 웅성거렸다. “하마터면 엄마 배 속에서 죽을 뻔했는데, 기적처럼 태어나서 할아버지께서 제 이름을 ‘기적’이라고 지어 주셨습니다.” 이기적의 말에 아이들이 ‘와’ 하고 감탄했다. 나도 ‘그렇구나’ 하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때였다. 이기적과 사소한 일로 곧잘 말다툼을 일으키는 고장선이 손을 번쩍 들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기적이라는 이름에 이씨 성이 붙어서 이기적인, 아주 이기적인 아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그렇고요.” 푸하하, 크크큭! 아이들의 웃음이 폭포처럼 솟구쳤다. 나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토해 냈다. 교탁 앞에 서 있는 이기적의 얼굴이 온통 빨간 피망 빛깔이다. ‘아차, 너무 웃었나? 그래도 이 주일 동안 짝으로 지낸 아이인데.’ 선생님도 웃음이 나오는지 이빨로 입술을 지그시 누르더니 잠시 후 고장선에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 시간은 자기 이름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이지 이름이나 성을 갖고 놀리는 시간이 아니에요.” 이기적은 선생님의 말씀에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씩씩거리며 자리에 앉더니 고장선을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그리고 나에게 주먹을 들어 올리며 으름장을 놓았다. “내 이름이 그렇게 웃기냐? 그러는 네 이름은 어떻고?” 나는 혓바닥을 날름 내밀며 대꾸했다. “내 이름이 어때서?”
- 본문 4~5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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