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이른둥이
절강소아출판사
[늦둥이 이른둥이]를 두고 초등3학년짜리 조카가 우리집에 있는 책 중에 가장 재미있는 책이라고 극찬을 했다는 사실. 왜일까 생각해보니 늦둥이와 이른둥이의 대비 뿐 아니라 늦둥이를 둔 늙은 엄마와 이른둥이를 둔 젊은 아빠의 대조적인 구도가 아이들 눈에도 재미있게 비춰졌나보다 싶어요.
초등학교 입학식날 아침, 늦둥이 현수와 이른둥이 경수네의 모습은 달라도 아주 달랐지요. 늦둥이는 아기처럼 누나들의 수발을 받는 한편, 이른둥이는 이불 속에서 꾸물대는 아빠를 얼르고 달래서 깨워야 했답니다. 어쨌거나 그렇게 각각 엄마와 아빠를 따라 입학식에 간 두 아이들은 입학 첫날부터 치고박는 싸움을 일으키고 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달려온 엄마 아빠의 말싸움이 얼마나 웃기던지요. 또 삽화로 표현된 이들의 대결모습도 참 재미있고요. 중세시대 기사의 한판승부와 다름없지요 ㅎㅎ
하지만, 늦둥이와 이른둥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참 맑고 순수했어요. 서로 다르다는 걸 아무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았답니다. 그 모습을 본 늙은 엄마와 젊은 아빠의 마음도 조금씩 달라져갈 정도로 말이죠. 이런 걸 보고 어린이는 어른의 스승이라고 하는 말이 생겼겠지 하는 생각도.
완전히 다른 두 집안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면서 양쪽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고, 동시에 두 아이가 접점이 되어 양쪽이 균형을 잡아가는 재미도 있어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아이가 어떻게 친구가 되어 가고 예쁜 우정을 나누어 가는지 바라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마음이 따땃~해지는 기분좋은 동화.
같은 나이일지라도 아이들은 저마다 참 다르게 마련이다. 이 책 속의 경수와 현수는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1학년생들이다. 둘의 나이는 같지만 두 아이의 태어난 환경이 다르다보니 두 아이가 하는 행동도 두 아이들의 집에서 대하는 것도 너무나 다르다.
찢어진 청바지를 입는 스물일곱살 아빠의 아들 경수와 대학생 누나가 둘이나 있는 늦둥이 현수는 입학날 싸우면서 서로를 알게 된다. 아이들 싸움이 부모님들 싸움으로 번지면서 더욱 서먹해진 터에 덜컥 둘이서 짝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두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곧바로 친구가 된다.
현수는 자신과 달리 뭐든지 혼자서 척척 잘하는 경수의 의젓함에 반하게 되고, 경수는 현수의 순수함에 응어리졌던 마음이 녹아버린다. 서로에게서 부러운 점과 좋은 점을 곧바로 발견하는 순수한 더듬이를 가진 두 아이들이 사랑스럽기만하다. 두 아이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경수아빠와 현수엄마는 자신들의 옹졸함을 반성한다.
서로의 각각 다른 환경에 대해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곧바로 이해하고 융화할 수 있는 말랑말랑한 감수성을 가진 것이 우리 아이들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천진난만한 두 아이들이 친구가 되는 스토리 속에서의 감정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두 아이들의 모습을 표현한 일러스트도 스토리만큼이나 천진하고 재미있다.
보통 어른들은 아이에게 철 좀 들라고 한다. 그렇지만, 철이 안 든 것이야말로 정말 아이의 모습이 아닐까? 철 없는 27살의 아버지때문에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경수. 경수가 정말 아이가 아니란 것은 아니지만, 어머니 없이 자라서 철이 너무 빨리 든 경수의 모습을 보면, 경수가 좀 더 아이다움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다. 모든 응석을 받아주느라 응석받이인 현수, 어른스러운 경수의 만남은 서로의 주먹다짐이었다. 그 후에 과연 그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
늦둥이와 이른둥이, 정반대인 두 아이가 쌓아가는 우정을 보면서 마음이 흐뭇했다. 전혀 맞지 않을 줄 알았던 두 아이는 서로 가진 정신 연령이 다르다 하더라도, 결국 아이는 아인가 보다. 그런데 경수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나에게 어머니가 없었다면 과연 내 미래는 어땠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나도 경수처럼 너무 일찍 철들어버려서 다른 아이들과는 너무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된다. 오랜만에 무척 재미있고 감동적인 동화를 만나본 것 같다.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아이의 친구 엄마들을 만날 일이 생기곤 한다.
그러다보니 같은 나이의 아이 친구지만 엄마들의 나이는 천차만별이다.
그중 한 언니라 부르는 엄마는 여기 현수 엄마처럼 늦둥이 엄마였다.
나이 마흔에 낳았으니 영락없이 현수 엄마 나이다.
그러다 보니 늦둥이에 대한 그 애정이야말로 현수 엄마가 보여주는 그 이상이다.
또한 아이도 현수랑 비슷하다. 어리고 해맑고.
그래도 그 아이와 우리 아이는 친구다. 여기서 현수와 경수가 늦둥이 이른둥이지만
서로 친한 친구이듯 말이다. 친구란 아마 서로 통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맘을
가진 사이겠지 싶다. 이 책에서도 늦둥이 이른둥이 현수과 경수를 통해
아마 아이에게 자립심과 더불어 친구에 대하여 잘 보여주고 있다.
처음 아이에게 늦둥이나 이른둥이란 말은 무척 낯선듯했다.
책을 받아들면서 귀여운 두 아이의 개구진 미소에 씩~ 웃던 아이가
이내 늦둥이가 뭔지, 이른둥이가 뭔지 궁금해한다. 그래 늦둥이는
엄마 나이가 많은 때 태어난 아이고, 이른둥이는 아주 젊었을 때 태어난
아이라도 간단히 대답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펼친다.
초등 1학년인 둘째 녀석은 아무래도 나오는 아이들이 자기 나이 또래라선지
가끔씩 늦둥이 현수가 밥도 혼자 못먹는 모습에서, 그러면 안되지, 밥은 혼자서
먹는거야 하기도 하고 이른둥이 경수가 젊은 아빠랑 레스링을 하는
부분을 읽으면선 우리 아빠도 잘 놀아준다며 으스대기도 하는 등
책과 자기 생활를 섞어가며 내용에 빠진다.
물론 현수와 경수가 입학하면서 바로 싸움이 났을 때도 친구끼리는
사이좋게 지내는 거라며 자기는 안싸웠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이 책 아이를 위해 참 잘 골랐다 싶다.
더불어 귀연운 현수와 경수가 늦둥이 이른둥이지만 서로 친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이 아이들 시각에서 잘 그려진 이 책. 1학년
친구들이 읽으면 신나게 떠들 수 있는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역시 책에도 나이가 있는건가. 아이의 연령에 맞춰 읽으면 그 스며듬이
빠르니 말이다. 그래서 더더욱 늦둥이 이른둥이가
아이에게 더 가까이 느껴졌다.
참 잘 짜여진 책이랍니다.
인물도 구성도 , 사건도 게다가 다룬 주제가 너무 예뻐요.
바로 ``다름``이거든요.
전 얼마전부터 다름과 틀림, 차이. 차별에 관한 책들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문득 다르다는 것이 왜 어때서? 라는 진짜 의문이 들기 시작했거든요.
인종, 역사, 국가, 가족, 전쟁까지 마구마구 영역을 확대해 갔는데도
아하.. 차마 늦둥이 이른둥이라는 부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사실, 초등 입학할 땐 갖가지 것들이 아이들을 가르고 모으거든요.
언제 태어났는지(1월생은 드센데, 12월생이 치인다.) , 어디서 사는지. 어디 유치원 출신인지
아는 아이인지 모르는 아이인지 등등 ,
그런데 늦둥이 이른둥이라는 아이템은 참 재미있어요.
쉽게 풀어낸 대화와 묘사글도 참 마음에 들구요.
누나 부대의 꼼꼼한 호위를 받으며 입학날 아침을 맞은 이현수
엄마의 금쪽같은 아들이지요. 누나 둘에 이은 막내둥이
그것도 아들이니 어떻게 자랐는지는 안봐도 훤할 것 같아요.
그러니 학교에서 나눠준 빵봉지도 척 못 뜯었지요.
경수는 27살 구청 공익요원 아빠의 이른 둥이예요.
엄마는 경수를 낳다가 돌아가셨다니
밝고 귀여운 경수는 아마
엄마의 따뜻한 품보다는 씩씩한 젊은 아빠의 사랑으로 8살까지 자라났을 거예요.
할머니 같은 엄마와 형같은 아빠를 둔 현수와 경수는 입학날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
한판을 벌이지요.
경수 가슴에 단 꽃이 떨어졌는데 그만 뒤따라오던 현수가 쾍 밟아버렸거든요.
화가난 경수는 한 대 날리고
이를 본 어른들 역시 난리를 피우지요.
현수 할머니. 경수 형님하며 호칭을 부르는 선생님앞에 암 말 못하고
돌아선 엄마, 아빠 보란듯이
현수와 경수는 먹을 것을 나누어 먹고 스스럼없는 사이가 된답니다.
사실, 늦둥이 이른둥이라는 말도 어른들이 만들어 낸 것이잖아요.
아이들이야 늦게 태어났건 빨리 태어났건 그다지 다르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친구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생각이야 말로 현자의 가르침이 아닐까요.
보이는 것을
비슷한 것, 다른 것끼리 나누고 분류하고 끼리끼리 붙여서 편하게 여기는
어른들의 삶을 딱 꼬집는 현수의 한 마디
``내 친구 ``
정말 다정한 말이지요?
모든 사람들을 친구라고 아우를 수 있는 아이들의 마음이 참 부럽습니다.
그러고 보니 현수와 경수가 다니는 초등학교 이름이 새삼 중요하게 떠오르네요.
한울 초등학교라고 하더군요.
달라서 더 좋은 여러 친구들을 한 울타리에 모은 아름다운 초등학교,.
이런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어른들과 아이들에게 잔잔한 깨우침을 주는 좋은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