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잃어버린 장갑 한 짝 ★
아영이는 할머니를 따라 약수터에 갔다가 분홍색 벙어리장갑 한 짝을 잃어버립니다. 등산객이 주워 나뭇가지에 걸쳐 놓은 장갑은 눈을 맞고 바람에 흔들리며 겨울을 납니다. 아영이에게 오기 전 잡화점에 있을 때 손가락장갑에게 무시당하던 일,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동안 숲속 동물들의 시선을 받던 일을 떠올리면서요. 한편 이듬해 봄, 할머니와 약수터에 다녀오던 아영이는 붕어빵을 파는 포장집에 들렀습니다. 붕어빵을 보면서 잃어버린 장갑을 떠올리는 아영이. 그나저나 아영이는 붕어빵 장수 곁에 있던 남자애가 맘에 걸립니다. 멋모르고 붕어빵이 벙어리장갑이랑 닮았다고 한 건데, 언어 장애가 있는 부모님 때문에 그 말이 거슬린 모양입니다.
★ 짝짝이면 어때? ★
글쓰기 학원에서 아영이는 붕어빵 장수의 아들, 그 애와 마주칩니다. 이름은 진묵이. 진묵이는 말수가 적고,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부모님 대신 할아버지에게 말을 배워서 친구들이 잘 쓰지 않는 말을 많이 쓰는 탓인가 봅니다. 하지만 아영이는 진묵이 말이 정감 있고 싫지 않습니다. 우연히 진묵이 엄마랑 진묵이가 수화로 이야기하는 걸 본 아영이는 소리 없는 두 사람의 대화가 참 따스하다고 느낍니다. 글쓰기대회에서 아영이와 진묵이가 나란히 상을 받던 날, 둘은 처음으로 말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아영이가 가방에서 장갑을 꺼내 진묵이에게 한 짝을 나눠 줍니다. 붕어빵을 닮은 장갑 한 짝이랑 손가락장갑 한 짝. 짝짝이지만 둘은 즐겁게 나눠 끼고 웃습니다.
통에 약수를 채워 집으로 돌아갈 때는 지름길인 골목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산자락과 이어진 골목 입구에 작은 포장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할머니, 저기!”
가을엔가 포장집에 들어 어묵과 김밥을 먹었던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 들렀다 가자.”
아영이는 할머니를 앞질러 포장집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할머니, 붕어빵도 있어.”
아영이도 모르게 침이 꿀꺽 넘어갔습니다. 노릇노릇 구워진 붕어빵들이 쟁반에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천 원에 다섯 개>
종이에 쓰인 붕어빵 가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할머니는 천 원짜리 한 장을 내고 붕어빵 한 봉지를 받아 들었습니다. 붕어빵에서 달콤하고도 고소한 냄새가 폴폴 났습니다.
아영이는 얼른 할머니 손에 들린 붕어빵 봉지에서 한 개를 집었습니다.
“할머니, 붕어빵이 내 벙어리장갑처럼 생겼지?”
둥글둥글, 납대대한 것이 비슷하게 보였습니다.
- 본문 27~29쪽 중에서 -
신호등 불빛이 초록으로 바뀌었습니다.
“빨리 먹고 가야 해. 할머니가 기다리실 거거든.”
아영이는 시린 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습니다. 그러다 학원 가방에 넣어 온 장갑이 생각났습니다. 학원에 오면서 제 방 서랍장 맨 위 칸에서 꺼내 온 분홍 장갑과 손가락장갑 한 짝씩입니다. 학원에 늦을까 봐 급히 꺼내느라 짝이 맞지 않았습니다.
“최진묵, 이거 한 짝 낄래?”
아영이는 제 손 한쪽에 분홍 장갑을 끼었습니다. 알록달록한 왼쪽 손가락장갑을 진묵이에게 주었습니다.
“어어, 근데 짝짝이잖아.”
진묵이는 장갑을 받아 끼며 웃었습니다.
“그래도 똑같이 따듯해. 나는 따끈따끈 붕어빵장갑! 너는 알록달록 손가락장갑!”
- 본문 63~64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