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벌어지는 엄마와 범수의 기상 전쟁! 그런데 정작 문제는 늦잠이 아니라 범수의 말버릇이다. 오늘 아침에도 엄마, 아빠, 할머니, 누나에게 툭툭 반말을 내뱉던 범수는 결국 식구들에게 돌아가며 한소리씩 듣는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에게 대답하며 말꼬리를 자르다 주의를 듣는다. 학교에서 돌아온 범수는 여전히 버릇없이 행동하지만, 엄마와 할머니는 오히려 범수에게 존댓말을 쓰며 왕자처럼 받들어 준다. 범수는 어리둥절하면서도 엄마와 할머니 모두 범수를 받들어 주자 왕자가 된 것 마냥 우쭐하기만 하다. 범수는 마트에 가서도 엄마에게 이것저것 명령하며 반말을 한다. 그런데 우쭐한 기분도 잠깐, `아드님, 이건 어떠세요?` `아드님, 이것도 살까요?` 하며 쫓아다니는 엄마에게 한 할머니는 호통을 치고, 마트의 손님들도 이상한 눈으로 범수와 엄마를 힐끔거리며 수군거리자 마음이 상한다. 급기야 태권도 학원에까지 와서 존댓말을 하는 엄마 때문에 친구들은 범수에게 `하녀 엄마`를 뒀다고 놀림을 당한다. 태권도 학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범수는 또다시 마트에서 만난 할머니에게 꾸지람을 듣고, 기분이 상해 마음대로 행동하는데, 알고 보니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민지의 할머니이다. 엄마의 존댓말이 불편하고,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범수는 엄마에게 용서를 빌고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쓰기로 약속을 하는데…….
“엄마! 물 줘~”
범수는 오자마자 인사도 없이 가방을 내던지며 식탁 의자에 털썩 앉았어요.
운동장에서 한바탕 축구를 하고 왔더니, 목이 타들어 갔어요.
“물 좀 많이 싸! 더울 때는 물이 모자라잖아.”
“아드님, 학교 다녀오시느라 힘드셨지요?
보통 때 같으면 인사부터 하라고 잔소리했을 엄마가 상냥하게 말하는 바람에, 범수는 모슨 일인가 싶어 엄마를 올려다봤어요.
엄마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범수를 보고 있었어요.
“여기 물 드세요! 그리고 다음부터는 물 많이 싸드릴게요.”
엄마는 한 컵 가득 차가운 물을 따라 쟁반에 곱게 받쳐 들고 범수에게 두 손으로 건넸어요. 범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컵을 받아 단숨에 물을 마셨어요.
- 본문 14~16쪽 중에서